"니나 내나 이기적이라서 그런거지. 누가 나쁜게 아니야."
굉장히 오랜만에 차였다. 조금 찌질하게 호감을 표시했고, 너무 깔끔하게 차였다. 마치 더러운 글씨로 주소가 쓰여진 편지봉투를 깔끔하게 찢어 버린 느낌이랄까. 아쉬움이 있다면 제대로 고백을 하지 못했던 것이고, 아쉬움이 없다면 그래도 애매하게 차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하루 흘러 함께 알던 다른 친구에게서 뜬금없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소개팅을 받았던 사람이 함께 알던 친구의 친구였던 것이다. 참..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의 친구를 소개받았던 것이었다니.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었다니. 배신감이 들기도 하면서 한심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쉽게 말해 이뭐병.
하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잘못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다. 30살이라는 나이 부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그녀나 나도 지독히도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이기적이라는 단어는 억울하게도 나쁜 어감의 단어된 단어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뭐 그런 사람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타적인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고 나눌 줄 알며, 자신보다 상대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입에 오른다. 다들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그런 어른이 되는 것이 옳다고 우리는 배웠다. 그런데 그런 논리로만 따졌을 경우 우리는 모두 나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은가. 짜잘한 이유. 즉, 핑계라는 것들을 대면서 말이다.
내가 자라온 삶은 지독히도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삶을 살아왔다. 선생님들은 항상 말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적은게 우리 세대인데, 여자애들은 결혼을 하지 않으려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더 잘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음... 뭐 나이가 들고보니 너무나도 맞는 말이긴 했다.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애는 경쟁적이지 않았다. 조건을 보기보다는 순수하게 상대의 외모와 성격을 보았다. 아. 이것도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튼, 연애 자체는 그렇게 경쟁적이지 않았고 기회도 많았던 시기였다. 대학교의 절반 이상은 여학생이니 말이다. 그리고 약 10년이 흐른 지금의 연애는 지독히도 경쟁적이다.
나이가 들고 시작하는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시작할 확률이 매우 높다. 거기에 자신들만의 경험치가 쌓였고 사람들은 상대방을 보면서 다양한 것들을 보기 시작한다.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하나의 장점만으로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힘들어졌다. 그 사람이 나를 좋다고하면 덥썩 사귈 수 없다는 것이다. 내 눈에 차는 사람을 고르는 것 또한 스스로의 경쟁이지 않을까. 내가 너무나 외적으로 잘나거나 경제적으로 잘나서 주위에 수많은 이성이 대시해온다면 그런 경쟁은 경쟁이 아닌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고, 주위에서 나에게 무수히 대시를 해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적은 기회 사이에서 내 눈에 차는 사람을 골라야한다. 스스로 자신에게 대시해 오는 사람과 과거의 사람들, 그리고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미래의 사람들까지 머리 속에서 경쟁하게 해야한다. 어쩌면 그 사람들과 나 스스로와의 경쟁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갑에 서서 연애와 결혼을 주도할 것인지, 누구의 능력과 외모가 더 뛰어난지 비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경쟁 속에서 스스로 너무 뒤쳐졋다고 판단하여 이별을 선택할 수 있고 상대방이 뒤쳐졌다고 생각하여 상대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무언의 경쟁 속에서 누군가가 뒤쳐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다.
경쟁에서 뒤쳐진 선택지를 하는 바보가 있을까? 적어도 나나 그녀는 아니었다.
적어진 기회 속에서 까다로운 단계를 섞어 극도로 이기적인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서른의 연애인거 같다. 채용 시장의 경우는 시작이 조금 잘못되더라도 그 사람을 키우거나 자신의 회사에 맞게 바꿀 수라도 있지만 이 나이대의 연애는 그 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바꾸지 않아도 자신의 이기심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혹여, 그녀와 다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다면 누구의 탓도, 그리고 과거의 일을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 때도 그렇고 아마 오지 않을 그 시간에도 그렇듯이 우리는 너무나도 이기적으로 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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