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경력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3년차가 되어있었다. 한 업종에서 알바부터 중견기업까지 잦은 이직으로 많은 대표들을 만났다. 100% 마음에 드는 보스가 어디있겠느냐만은 그럼에도 내 선에서는 도저히 받아줄 수 없는 보스들이 많아 이직을 자주한 편이 되었다.
그럴 때 마다 어른들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원래 회사 생활이 다~ 그런거다"
"그게 싫으면 너가 대표를 해야지"
진짜 저 말이 나는 너~무 싫다.
이제야 사회에 발 딛은 사회초년생에게 저게 할 말인가. 제대로 된 길을 알려줘야지 잘못된 길을 참고 가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최근 이태원클라쓰를 보면서 리더란 무엇인가 새삼 생각하게 되었기에, 내 짧은 경험을 쓰고자 한다.
회사생활에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오답이었던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내 화풀이는 덤이고.
가장 최근에 퇴사한 회사 대표, 그리고 처음으로 서울에서 만난 대표들의 특징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법 무서운 줄 모르는 대표' 유형이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아직 고소미를 먹어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귀찮음과 허세. 그 어느 사이에서 법망에 걸리기만 하면 참 속 시원할텐데.
1. '허가'에 대한 무지
영상 제작을 직업을 삼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촬영 다닐 일이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촬영 허가를 받는 것이 정말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고민을 촬영 경험이 없던 대표들은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뭐 저리 여유만만이지? 허가 받는게 얼마나 힘든데' 라는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촬영이 다가와서야 그 여유의 증거를 알게 되었다.
'허가'의 개념이 아예 없던 것이었다.
장소가 사유지이든 군사관할구역이든 상관없다.
가서 몰래 찍고 나오면 알게 뭐냐.
라는 식이었다.
세상에나... 진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왔다. 설사 촬영 현장에서 주인에게 걸리지 않더라도 나중에 영상을 보고 소송이 들어오면 그 책임은 광고주에게 떠넘길 셈인가?
그리고 실제로 촬영을 가는 길에 얼핏 마음에 드는 장소가 보이면 '차를 세워봐라. 촬영하고 가자'라는 식의 말을 여러번 하였다.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촬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절대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느낌이 들었다.
군사지역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드론은 촬영 허가 받는 일도 까다롭고 촬영 금지구역이 생각보다 넓게 설정되어있다. 거기에 군사지역이라면 아예 허가 받는 일이 불가능 할 수 있다. 촬영보다 후편집이 더 어려워 로케이션을 바꾼 경우도 있다. 그런 군사지역인데 몰래 날리면 된다는 대표의 말이. 정말...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이 드론 촬영을 하는 회사에서 아예 허가증 자체를 받아두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 드론 장치 신고 역시 되어있지 않았다.
촬영 및 비행 신청을 위해서 따로 사업자 등록도 해야하며 보험도 들어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대표는 왜 그런 것이 필요하냐며 귀찮아했다. 지금까지 자기가 잘 해왔는데 갑자기 법도 모르는 대표가 되자 자존심이 상해서 오히려 몽니를 부리는 것이었다.
보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설마 드론이 추락할까. 라는 말을 하면서 거절했다. 보험비 낼 돈이 아까웠던 것이다. 정말로 사고 난다면 아마 충분히 도망가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진짜 경찰서 끌려가기 전에 퇴사했다.
2. 돈으로 장난치는 대표
입사지원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사항은 아무래도 '돈'일 것이다. 돈을 벌기위해 일을 하는 것이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지 않나. 그런데 이 돈을 가지고 장난치는 대표들이 의외로 많다.
두번째 회사는 작은 광고대행사였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동청과 전에 다니던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시 막내였던 내가 전화를 받아 대표에게 돌렸는데 무슨 일인가 하니, 전에 다니던 직원이 야근 수당으로 신고를 한 것이었다. 이리저리 이야기하고 돈을 주기로 하였는데 대표가 연락을 피하며 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야근 수당이 없는건 알고 있었는데 대체 얼마를 떼 먹었기에 신고까지 한 것일까.
(들리는 이야기로는 6개월 동안 80만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그걸 주지않고 뻐기다 노동청에서 전화까지 오는걸 모든 직원에게 들키기 까지... 참 못났다.
은근히 ㅈ소기업 대표들이 사랑하는 숫자가 있다. 3.3% 이다. 이게 코에걸면 코걸이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데 참 쪼잔함의 바닥까지 보게 된 숫자이다.
회사 직원의 차를 이용할 일이 있었다. ㅈ소기업답게 회사차량 같은건 없다. 하지만 택시비는 아깝고 자기 차를 타자니 기름값이 아까웠기에 직원차를 자연스럽게 이용한 것이었다. 당일에 갑자기 말 한 것이기 때문에 직원은 내키지 않지만 운전자로서 동행하게 되었다. 기름값은 넣어주겠다는 말을 믿으며.
그리고 대표에게 기름값을 받았는데 세상에. 네이버 지도를 통해서 계산한 기름값에 3.3%를 떼고 입금한 것이었다. 진짜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세금을 낸게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물을 수 있지만 직원이 개인 정산으로 실비를 청구한 것도 아니고 영수증을 첨부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혼자 계산해서 혼자 입금한 것인데 3.3%를 제하고 준 것이다. 갑자기 세금을 내게 된 직원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지 않을까.
법 문제를 조금 떠나서 차량을 이용한다는 것은 차량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고 곧 차량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산은 1도 생각치 않고 최소한의 비용처리를 위해서 1원이라도 손해보지 않았던 대표의 모습은 얼마나 가난한 소시민의 모습같았는지 모른다.
직원을 분개하면서도 작은 돈이니 넘어갔지만 다시는 회사 일에 개인 차 키를 주지 않았다.
(그냥 법인카드로 기름 한 번 넣어주면 되는 것을)
사실 법에 대해 무지한 내가 법을 논하는 것이기에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름 검색해보고 찾아보았지만 대표들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돈 조금 때문에 직원의 신뢰를 잃은 회사치고 지금까지 잘 되고 있는 회사는 없다.
만약 입사를 고려하고 있는 회사 후기에 '돈'관련 이야기, '법'관련 이야기 등의 언급이 있다면 정말로 무조건 걸러라. 다음 피해자는 당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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