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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었어요

커뮤니티 다이어트_현실감각 없는 친구1

 

   잠자기 전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것 중 제일 재미있는 것은 아무래도 휴대폰 가지고 노는 것이다. 개인차야 있겠지만 솔직히 폰가지고 노는 것 보다 더 재미있는게 있을까. 책을 읽는다거나, 노래를 듣는다거나, 기타 등등 다양한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폰가지고 놀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커뮤니티의 유머글을 자주보는 편이다. 디시를 볼 때도 있고 루리웹을 볼 때도 있고 아니면 유튜브의 댓글들을 볼 때도 있다. 혼자 생활하는 시간을 늘면서 사회와 소통하는 몇 안돼는 창구이며 불특정하긴 하지만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 커뮤니티 이지만.... 응 현실은 아니야.....

스스로 느껴보기도하고 지금도 커뮤니티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위사람들을 보며 느낀 점을 조금 적어보고자 한다.

 

 

1. 커뮤니티를 하면 현실 감각이 사라진다.

   말 그대로이다. 커뮤니티를 하면 현실 감각이 많이 사라진다. 트렌드 읽는 것이 중요한 광고회사를 몇 년 다녔지만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활동하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해봤자 유튜브를 찾아보는 정도가 끝이었다. 즉, 커뮤니티에서의 이야기를 일상에서 제대로 적용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의외로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지 못한다. 커뮤니티는 한 쪽의 여론에 치중되어 있을 확률이 높으며,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익명성에 숨어 편가르기가 심하고, 진영마다의 공격성도 상당히 높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다양하고 좋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생활하는 현실은 다르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부딫혀야하며 실제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맺어야한다. 설사 생각하고 있는 다르다하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말 그대로 '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커뮤니티에서, 아니, 커뮤니티가 자신의 세상인 사람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무시'하며 상대방과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닌 '주장'만을 하고있다. 자신만의 논리를 앞세워 상대의 의견차이에서 이기는 것 만이 목적이 되며 그 안에 소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승리자와 패배자만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커뮤니티를 하면 현실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잊어가게 된다.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잊어가고 이야기를 제대로 하는 방법도 잊게된다. 사회성에서 기본적인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고자 커뮤니티 다이어트를 하고자 한다.

 

2. 커뮤니티의 세상은 짧은 텍스트의 세상이다.

   커뮤니티 속의 세상은 짧은 텍스트들로 이어진 세상이다.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모든 글과 주장극 극단적으로 요약되어 있으며 조금만 길어져도 '3줄 요약 좀' 이라는 댓글이 달리기 마련이다. 글이 길어진다 싶으면 알아서 세 줄 요약을 붙여놓는 센스(?)를 가진 유저도 많다. 빠른 시간에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하나의 글을 읽지는 못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읽고 아는 것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이게 요즘 트렌드이고, 세상은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가는데 나는 이것들을 모두 알고있다, 라는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한심한 착각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심각한 착각이었다. 수박 겉햝기 수준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 수박을 본 정도로 수박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수준의 착각이다.

 

   짧은 글을 너무 많이 소비하게 되면 몇가지의 안 좋은 버릇이 생긴다. 첫번째는 글을 읽는 방법 자체를 잊게 된다. 자고로 쇼트 콘텐츠가 유행인 시대라고는 하지만 커뮤니티의 글들은 정말 너무 짧다. 대충 기사의 헤드라인과 첫째 단락만 캡쳐해오거나, SNS에서 30자도 안돼는 텍스트만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짧은 글이 전체가 되어버리는 곳이 커뮤니티이다. 그런 글을 읽는 습관이 들여진 사람은 더 이상 제대로 된 책을 읽을 수 없게 된다. 정말로 치명적이다.

 

   앞서 사라져버린 현실감각과 제대로 된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이 합쳐진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제대로 된 '생각'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3. 위 두가지를 합쳐진다면 더 이상 현실에서 이야기 할 수 없다.

   친구 몇명과의 대화가 이런 식이다. 나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고역이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고역이다.

 

   한 명의 친구는 정말 하루종일 루리웹 베스트글을 눈팅하는 친구이다. 시사 글이든, 정치 글이든, 유머 글이든 단톡에 자꾸 공유를 해온다. 그러다 나중에 밥을 같이 먹거나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길 때, 전에 공유했던 자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하면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사람이 올린 짧은 글만 보고 1의 생각도 없이 무조건 수용해버리는 습관이 든 것이다. 그 수용 속에 자신의 생각도 없고, 글의 제목 이외의 생각과 지식은 없다. 그냥 게시글의 짧은 글 그 자체만이 지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식이라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실제로 그 짧은 글이 그들에게는 지식이다. 내가 호기심이 생겨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로 넘어가려하면 금방 지루해하며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공유했던 글에 대한 말은 어떻게 할까? 정답은 '못한다'이다. 자신의 공유했던 글이면서 그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못한다.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자료를 카톡으로 보내서 같이 보면서 웃는 쪽을 선택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거 같다.

 

1. 상대방의 사전 지식에 대해서 이해하거나 이해시킬 능력이 없다.

2. 이야기를 기승전결로 정리해서 말 하는 능력이 없다.

3.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없다.

 

   위 세가지의 이유로 그 친구는 대화를 하면서도 항상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다 재밌는 글을 보여주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심도있는 대화? 이미 포기한지 오래이다.

 


 

   말할 것은 더 많지만 글이 미친듯일 길어질거 같아 다음 글로 넘기고자 한다. 이야기하다보니 답답한 친구이야기로 샜지만 말이다. 여튼, 위의 사례와 이유로 커뮤니티를 조금 줄이고자 한다.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말이다. 커뮤니티에 절여진 친구2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 계속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