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었어요/살면서 겪었던 모든 꼰대들에게

피해야 할 대표 유형_대표가 밖을 나가지 않는다면

HHHHHYUN 2020. 3. 21. 17:57

대표가 사무실에만 있는 것은 손해이지 않을까

 

   이번 코로나19사태를 통해서 재택근무라는 것에 대해서 사회가 경험이 생겼다. 현재 업무를 보고 있지는 않지만 SNS에서의 평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5시간 걸려서 했던 업무를 집에서 하니 2시간이면 컨펌까지 끝나있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의 효과에 대해서 놀라워하지만 직급별로 조금 다른 방향으로 놀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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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 대리급 : 일을 빠르게 하긴 하지만 이정도로 빨리 진행된다고? 지금까지 왜 이리 오래 걸렸던거지?

- 부장, 대표급 : 아니, 재택근무를 해도 회사가 돌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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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차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원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표나 관리자가 없을 때 업무가 더 잘되는 환경일 수 도 있다고 말이다. 단지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는 직원의 위치 상 대표나 관리자의 자리가 있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놔둔 것일 뿐이다.

 

그렇다. 모든 대표들은 착각하고 있다. 자신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고 직원들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그래서 회사에만 붙어있는 그런 대표들이 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피해야 하는 대표 유형은 '사무실을 떠나지 않는 대표'이다.

 


사무실 죽돌이 대표 유형 1

"직원감시 CCTV형 대표"

 

   대한민국의 수 많은 중소 대표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소리다.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오히려 없어야 효율이 좋은 직종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어코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있으려는 대표들이 많다. 사실 대표가 직접 리더가 되어서 현업에서 뛰는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표가 사무실에 앉아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지 최종 결제를 하거나 지출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마저도 사무실 규모가 조금 되어 경영지원팀이 있는 곳은 정말 대표의 업무가 줄어든다. 그런데 왜 사무실에 있는 것을 그렇게 좋아할까.

 

   가장 최근에 퇴사한 회사 이야기다. 직원은 5명 내외의 지방에 있는 작은 광고회사이다. 5명 내외의 작은 광고회사라는 말은 경영팀, 영업팀이 따로 없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대표가 대행사에서 있던 경험과 인맥을 가져와서 차렸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튼, 그 회사의 대표는 참으로 싫어했다. 그 대표가 사무실을 떠나는 경우는 촬영 건수가 잡혀서 놀러가는 기분으로 나갈 때나 개인적인 약속이 생겨서 일찍 퇴근하는 경우를 말고는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있는 편이었다. 회계, 경영 관련 업무는 본인이 경험이 없는지라 지인을 통해서 대신 처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회사에 앉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는 직원들의 감시였다. 직원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업무를 하는지, 자리를 떴다면 얼마나 자리를 비웠는지, 뭐 그런 감시차원의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표의 눈빛을 직원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부담스럽고 압박을 받으며 업무를 처리했을지는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알 것이다. 거기에 추가 근무는 당연히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6시 퇴근이지만 6시30분에 퇴근을 하더라도 모두 기억해두고 이야기하는 타입이었다.

 

   저렇게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자리를 뜨지 않는 대표가 있다면 그 회사는 정말로 발전 가능성이 없는 곳이라 말하고 싶다. 상식적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대표 아래서 오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노예근성이 있는 사람들은 저런 환경에서도 오래 일하는 경우도 봤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동료도 피하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의 경우는 강압적이고 압박을 느끼는 환경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모두 열심히 일해도 모자란데 대표라는 사람이 일은 안하고 직원들 감시만 하고 있으니 업무 효율이 날 턱이 없다. 작은 회사일수록 일당백을 해도 회사가 클까말까 하는데 대표는 직원들에게만 일당백을 강요하고 본인은 1인분도 일을 안하고 있으니. 그래놓고 직원들에게는 업무 효율이 안난다고 다그치고 있다. 하... 정말 출퇴근시간, 야근눈치, 업무 중 자리뜨는 눈치 등을 주는 대표가 있는 회사라면 빨리 퇴사해라. 절대 크지도 못하고 당신을 직원으로 생각도 안하고 있을 것이다.


사무실 죽돌이 대표 유형 2

"영업도 싫고 경영은 더 싫은 대표"

 

 

   정말 대표될 자격이 없는 대표들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집안의 재산으로 스타트업 놀이하는 대표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경영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며, 영업팀이나 경영지원팀, 혹은 회계팀의 경험도 없는 대표들이다. 정말로 마케팅팀과 같은 실무팀에 있다가 회사를 차린 경우인데, 이런 경우 경영, 회계, 영업의 영역을 매우 무시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고? 뭐. 당연히 회사에 일이 줄어들고 포트폴리오도 별로인 것들만 쌓이고 경쟁력이 줄어 회사가 성장하지 못한다.

 

   앞서 말한 사무실을 떠나지 않는 대표와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영업팀의 구색이 갖춰진 회사만 가보더라도 영업팀이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있다. 업무시간 중에도 술자리를 가지고 돌아와서 다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고됨이 느껴진다. 절대로 영업직은 고고하지 않다.

 

   그럼에도 자리만 지키고 있는 영업의 경험이 없는 대표는 굴러들어오는 일만 입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본인은 고고한 '실무'출신의 사람이기 때문에 '갑질 영업'을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5명 내외의 소기업에서 어떻게 갑질 영업이 가능할까.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본인이 엄청난 포트폴리오와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모자랄텐데 말이다. 여튼, 고고한 대표들은 영업이라고 하는 것이 문의 전화를 받아서 견적을 짜주는 정도의 업무를 영업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본인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광고 컨셉안 작성을 하면서 경쟁PT를 준비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여기서 두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규모있는 광고대행사 경영팀에 있던 사람은 알겠지만 경쟁PT. 이거 진짜 엄청 바쁘다. 제출해야하는 서류 종류부터 가산점 계산, 그리고 현장 제출까지 해야할 일이 산더미이다. 원래 회사에서 진행하던 경영업무도 있는데 경쟁PT까지 더해지면 야근은 기본이 된다. 그런데 걸러야 할 대표들의 특징은 이런 경영팀의 업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출 서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제출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대표가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들어간 광고대행사의 이야기이다. 심지어 경쟁PT의 경험도 없는 광고 교육만 받고 집안 자금으로 회사를 차린 대표였다. 당연히 경영팀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경쟁PT를 들어가겠다고 제안서를 작성하라고 업무를 지시하는데, 문제는 제출 당일에 터져버렸다.

 

   당시 막내였던 나에게 서류 제출을 맡겼는데 우선 나는 제안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다.(진짜 형 병신이세요?) 당연히 접수 담당자는 이러저러한 질문을 나에게 던졌는데 내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지않은가. 그렇다면 대표가 직접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대표들의 문제점으로 돌아가보자. 자신이 자리에 없으면 직원들이 일을 안할텐데 어떻게 자리를 비우겠는가. 뭐가 중요한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여차저차 서류를 제출하였으나 당연히 제출서류에는 구멍이 있었다. 제출서류의 이름도 복잡하고 내야할 것도 많은데 직원들 감시하느라 경영에는 소홀히하는 대표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을리가 없지않은가. 결국 서류는 팩스로 따로 보내기로하고 경쟁PT 당일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말도 안돼는 일이 터져버렸다.

 

   대표가 PT 시간에 맞추지 못한 것이다. 출발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가하고 직원들의 업무를 마지막까지 감시하고 컨펌하다가 늦은 것이다. PT를 아무리 잘했다고 한들 어떤 기업이 이런 대행사에게 일을 주겠는가. 물론 PT도 제대로 했을리가 만무하다. 그리고 돌아와서 대표가 민망한지 괜히 제안서가 별로라는 트집을 잡을 때,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결과를 조금 정리해보자면 몇가지 사항으로 정리할 수 있을거 같다.

(경영을 전문하지 않은, 단지 내 경험에 의한 내 생각이다. 절대 진리가 아니다.)

 

1. 대표는 자리에 앉을 시간 없을 만큼 바빠야한다.

2. 대표는 경영자이자 CEO이지 실무자가 절대로 아니다.

3. 대표보다 훨씬 일 잘하는 직원이 많으니 모르면 맡기자.

 

   실제로 다녔던 회사 중에서 규모가 매년 성장하고 있던 회사의 대표님은 실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모든 실권을 맡기고 본인은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영업을 하러 다니러 자리에 있지를 못했다. (정말 1년 반동안 다니면서 술자리 한 번을 같이하지 못했다. 너무 바쁘셔서.) 그 결과 회사는 매년 성장하고 대표의 리더쉽 아래 지금도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불과 5년전에는 10명 남짓한 작은 회사였던 곳이 말이다.

 

   아마 회사를 들어가면 3개월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치거나 1개월의 임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그 기간동안 대표의 행태를 잘 봐라. 대표가 사무실에 누워서 게임이나 하고 있는지, 아니면 대표가 전화기를 붙잡고 이야기 붙이기 죄송할 정도로 바쁜지. 그 회사의 1,2년 후의 모습, 그리고 당신의 1,2년 후의 모습이 그 대표의 모습 속에서 상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