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Diary

우울하면서까지 무언가를 지킬 필요는 없어

HHHHHYUN 2020. 3. 14. 18:36

나들이와 쇼핑은 좋은 우울증 치료제

 

다시 찾아왔다. 그 녀석. 우울증과 불면증. 하....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조금 다르다.

한달전 즈음에 찾아왔던 우울증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이번에 찾아온 우울증은 외로움에서 온 우울증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공기의 냄새가 바뀔 때 즈음마다 한번씩 찾아온다. 나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한 우울증이다. 괜히 밖에 나가고 싶어지는데 나갈 사람이 없고, 주위에는 커플밖에 보이지 않는. 그런 옆구리가 시린 느낌을 강하게 받는 시기라서이지 않을까.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일상이 많이 한가해졌다는 것. 마음편히 대화하는 시간에 대한 고마움이 예전과 정말 다르다.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귀해진 순간.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지금의 일상 속에서 이 외로움을 타파하는 방법은 정말 적다. 회사를 다니면서 일상을 바쁘게 보내고 있지도 않고,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도 밖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나만 아직 철이 없는 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다들 일상에 충실히 잘 보내고 있는데 나만 징징대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조금 든다.

 

 그래. 나도 무언가에 집중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자격증 공부, 토익, 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했으나. 그 효과는 길게 가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우울증이다. 세가지 모두 즐겁게 지내는 것이 아닌 나를 통제하며 무언가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이기에, 잠깐 맛본 자유의 달콤함은 오히려 부작용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도서관이라도 다닐 수 있다면 좋으련만. 코로나 때문에 아마 휴식 기간 동안 도서관을 갈 수는 없을거 같다.

 

 모임에 열심히 해보자 해본 적도 있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만나지 못함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낯선 사람을 자꾸 만나고 경계 속에서 대화를 해야하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무례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었다..) 제주도에 돌아와서도 모임을 해보려고 시도해보았으나 묘하게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잘되지 않았다.


 포기하면 편해. 어제도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지만 포기하면 정말 편하다. 먹지 못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 놀지 못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 대화를 하지 못함에서 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나를 옥죄고 나를 갉아먹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바보같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먹고 싶은거 먹으면서 운동도 하는 것이 건강한거 아닐까. 그래도 간단히 목표는 세워야 할 거 같아서 뛰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날씨가 슬슬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해안가도 달려보고. 운동장도 달려보고. 달려봐야겠다. (정말 신기하게 30살이되자마자 주위 사람들이 달리기에 빠지기 시작한다. 신기하다 정말)

 

 글도 계속 쓰고 공부도 계속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머리를 쓰는 것을 멈추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여유있을 때 잠깐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튜브도 해봐야겠다. 이제 진짜 기자재가 없어서 못한다는 핑계는 못댄다. 컴퓨터, 카메라, 조명, 마이크 뭐 다 샀다. 진짜 ㅋㅋㅋㅋㅋ 이제는 핑계도 못댄다. 쉽지는 않겠지만 시작해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여행도 추가하고 싶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어려운 이야기이다. 한번에 많은 것을 하려고하면 완벽주의자 성격 탓에 뭣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포기할거 같다. 정말.

 

 글을 쓰다보니 다시 조금 괜찮아지고 있다. 그냥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뛰지도, 쓰지도 하지 말고. 나를 위해서 움직여봐야겠다. 이겨내 볼 것이다. 우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