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었어요/살면서 겪었던 모든 꼰대들에게

피해야 할 대표 유형_트렌디한 줄 아는 대표

HHHHHYUN 2020. 3. 12. 16:43

스타트업의 대표주자 저커버그

   한창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붐이 분 적이 있었다. 페이스북 CEO인 저커버그로 대표되는 젊은 대표의 이미지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의 롤모델이 되었고 페이스북처럼 참신한 기업이 되고자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저커버그처럼 입고 잡스처럼 PT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대표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이 많은거 같아서 글을 쓴다. 당신은 저커버그가 아니고 당신의 회사는 페이스북이 아니다.


1. 대표님. 그거 이미 유행 지난거예요.

   내가 몸 담았던 광고 분야는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야하며 무언가를 표현하는 방식 도한 세련되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트렌드를 읽고자 인스타와 유튜브를 뒤적거린다. 거기에서 본 게시물이나 영상을 따로 저장해두고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대표들이 많다. 그리고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꼭 빠뜨리지 않는 카톡이 있다.

 

'우리도 이렇게 만들어보자'

 

   디자이너와 AE가 한숨쉬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이번에도 대표는 유행이 한참 지난 콘텐츠를 참신하다고 들고와서 비슷하게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업체에서는 이미 쓸만큼 쓴 컨셉을 우리가 또 만든다고 무슨 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저 컨셉을 우리 제품에 적용하기도 어려운 것을 왜 대표님은 모르는 것일까.

 

 

   유튜브와 인스타, 페이스북 등 SNS는 사용자에게 최적화 된 콘텐츠를 노출한다. SNS특성상 보통 친구를 맺은 사람들은 동년배일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내가 30대인데 20대 초반, 10대, 혹은 4,50대와 맞팔이 된 사람이 더 많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아니 친구 없냐고..) 그런 이유로 나에게 노출되는 콘텐츠도 내 나이에 최적화 된 콘텐츠가 노출이 된다. 내 친구들이 좋아하고 시청 시간이 긴 콘텐츠가 나에게 추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표들은 보통 직원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가 생각하는 유행과 직원들이 생각하는 유행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이 다르고 인생의 관심사도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들이 퇴근하고 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신입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하늘과 땅차이일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표들은 '또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나도 유튜브도 보고 인스타도 하고 그래' 라고 말할 것이다. 유튜브로 무엇을 보는가, 인스타에 무엇을 올리는가. 이 차이를 왜 알지 못할까.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말해주고자 질문을 하나 하겠다. 지금 10대가 가장 많이 쓰는 동영상 어플 3가지를 생각해보자. 유튜브는 당연히 나올 것이고 뒤이어 페이스북이 나왔다면 당신은 트렌드를 따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2월 닐슨코리아 클릭에서 발표에서 10대가 유튜브 다음으로 많이 쓴 동영상앱은 '틱톡'이다. 2030세대도 틱톡을 잘 쓰지 않지만 유독 10대에게서만 틱톡이 엄청난 강세이다. 그리고 틱톡 다음은 V앱이다. 틱톡은 15초 정도의 짧은 콘텐츠를 개성있고 자유롭게 찍고 올리는 플랫폼이며 V앱은 아이돌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유튜브의 한계를 넘어서 다른 방식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10대의 시간을 가져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틱톡'과 'V앱'이 무슨 어플인지 모른다면 직원들에게 '유행'이니 '트렌드'니 말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10대가 가장 자주 쓰는 어플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슨 '유행'을 논하는 것인가.


2. 대표님. 요즘은 이게 유행이니까 제발 말 좀 처 들으세요.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답답함으로 대표들에게 요즘 유행을 설명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앞서 말한 것은 그냥 들어주면 끝이지만 유행을 설명하는 것은 아예 모르는 지식을 주입해야 하는 어려움 + 대표들 특유의 고집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2배로 오른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통계, 혹은 팩트로 트렌드에 대해서 설명해주어도 대표들은 아마 이런 말로 되받아칠 것이다.

 

"내 주위에는 저런 어플 쓰는 사람 없는데?"

혹은

"저런걸 왜 보는거야? 유튜브가 훨씬 재미있고 트렌드 하잖아"

 

 

당연히 대표님 옆에는 없겠죠... 대표님 나이는 10대가 아니니까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오지만 대표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괜히 귀찮아지기 때문에 직원들은 하하 웃으면서 넘어갈 확률이 높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오면 직원들 메신저가 폭발하고 있을 것이다. 답답함과 뒷담화로.

 

 

 

   한 번은 바이럴 광고를 트위치 플랫폼과 비슷하게 만들어보고자 한 적이 있었다. 다름 야심차게 기획하고 컨셉 조사도 하면서 기획안을 가져갔다. 팀 회의에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딫혔다. '게임 방송'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진짜 예상 밖의 이야기여서 순간 얼떨떨하였다. 트위치가 어떤 플랫폼인지를 알아야 게임 중 채팅에 대해서 말 할 수 있고 도네이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이건 뭐....

   그리고 더욱 문제였던 것이 대표가 이 이야기 자체를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그런 걸 보냐면서 자기 고집을 밀어붙이는데.. (트위치 순수 이용자수가 100만명에 이른다) 답답해지기도 했고 깊게 파다보니 알맞은 컨셉은 아니였기에 포기하였지만 그 일 이후로 트렌드에 대해서 이해시키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것이 대표들에게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보다. 누군들 나이가 들고 꼰대소리 듣고 싶겠냐만은 그럼에도 나이는 피하지 못하는 것이고 나의 감각 역시 트렌디보다는 클래식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유행이라는 것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 유행인 것들이 내년에는 구린 것이 되어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유행을 쫓고자하는 욕망 때문에 구린 과거의 유행템을 아직도 들고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걸 트렌디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인가.

 

제발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대표는 나이가 들었고 신입사원보다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점 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유행을 따라가려고 아둥바둥하는 대표들을 몇 번 만났다. 사무실에 쇼미더머니 음원을 방방 틀어야하며 아이폰을 써야하며 발렌시아가 볼캡을 쓰고 열심히 인스타를 뒤지는 그들 말이다. 그런데 왜일까. 전혀 트렌디해보이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았다. 단지 스스로 즐기는 것이 아닌, 직원들에게 자신의 그런 모습을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로서의 트렌드와 개인의 생활은 분명히 다르다. 광고 트렌드 분석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일상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인데 별로인 대표들은 그 경계가 허물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일상도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그것을 그래도 회사 업무에도 적용한다. 그런데 어쩔 것인가. 대표의 일상 트렌드는 더이상 트렌드가 아닌 것을.


 

3. 그래놓고 동년배는 왜 무시하세요 대표님 ㅋㅋㅋㅋ

   갑자기 생각나서 덧붙인다. 앞서 말한 트렌디 한 척 하는 대표치고 동년배 무시 안하는 대표는 없다. 자신은 이렇게 젊게 살고 젊은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데 내 주위 사람들은 너무 노땅처럼 산다 고 무시하는 대표들이다.

 

진짜 미쳐버린다 ㅋㅋㅋㅋ 직원들이 자기 맞춰주는 것은 1도 생각 못하는 모습에 이마를 탁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