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었어요

먼지 없는 척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졌다_이태원클라쓰를 보며

HHHHHYUN 2020. 3. 9. 21:23

이미지 출처 - JTBC 이태원클라쓰 공식 홈페이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 이태원클라쓰는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있다. 2020년 겨울을 열정으로 불태워준 박새로이와의 이별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니.. 많은 아쉬움이 있고 그만큼 완결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새로이라는 정의롭고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에 빠져있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말했겠지만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사람은 소신있게 살아야 한다" 너무나도 옳은 말이고 누구도 저 말에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박새로이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저기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신'에 어긋나지 않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소신 이외에도 정말 정의롭게 살고 있을까.

 


 

   30살이 되고 주위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다들 나름대로의 소신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고 있었다. 절대로 쓰레기를 길에 버리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빚이 있으면 무조건 어떤 방식이든 갚아야 된다거나. 아니면 뒷담화를 하지 않는 다던가. 다양한 방식의 자신의 소신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완벽한 동물도 아니고 어찌 저 모든 것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뒷담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친구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뒷담화가 나올 때도 있었고, 빚을 갚겠다던 친구는 언젠가 받았던 생일선물을 잊고 친구의 생일을 말 없이 지나갔다. 뭐.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나도 내 룰을 깰 일이 분명 있고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있다.


 

 

    박새로이에게 우리가 열광하며 그를 멋있게 보는 이유는 우리는 하지 못하는 '소신'을 완벽하게 지키며 살아가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포기하면 편한 것을 그는 소신있게 거부하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조금 힘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을 통하여 주위 사람들도 그의 소신있는 행보를 지지하며 힘든 일을 감수한다. 리더쉽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으로 끼치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새로이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 때문에 더욱 사람 만나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고집있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생각보다 많다. 먼지 묻지않은 삶을 추구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틀리지 않다. 오히려 저렇게 사는 것이 100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인에게까지 너무 엄격하게 도덕적인 소신을 강조하는 모습은 그 옳은 사람과의 거리를 두게 만들고 싶어진다.

 

   타인에게 도덕성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가장 큰 원인은 우월감을 충족시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부도덕을 지적함으로서 자신의 도덕은 문제없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은 옳게 살고있다는 만족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강요가 오게 되는 다른 이면에는 평소에 자신의 도덕성에 의심이 있어서라고도 생각한다. 나는 도덕적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떤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타인의 약점이 보였을 때 공격하는 성향이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박새로이의 주위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그 캐릭터는 절대로 타인에게 자신의 소신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과 맞지 않는 길을 가는 오수아에게는 너는 너의 길을 가고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올 곧은 소신이 있었기에 타인의 행동까지도 진정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사람이 박새로이와 같은 길을 가고 싶어할 것이다. 하물며 현실과 타협하자는 주의인 나도 그럴 정도인데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는 그와 같은 길을 가지 못한다. 드라마는 현실적이지 못하기에 드라마이다. 박새로이가 가는 올 곧은 길에 있던 힘든 과거를 우리는 겪어보지 못했고, 단지 모든 상황이 나아진 지금의 모습만 보고 저렇게 살고자 하는 것은 큰 실수이다.

 

   그래도 작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댓글, SNS에서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도덕성이 강요되는 사회 속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소신의 강요가 아닌, 내 마음 속에서 굳건히 버티는 나의 신념이라고.

 

나는 그렇게 이 드라마를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