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에 대한 허가는 누구에게 있을까

휴식의 허가_나는 휴식 완벽주의자(Perfectionism)입니다

HHHHHYUN 2020. 3. 8. 16:5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지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이 한 말인데 뭐. 실제로 한 말은 저 말이 아니라고 한다. 뭐라고 말했든 타이슨이 나중에 트위터에 직접 저 말을 썼으니, 결과적으로보면 저 말을 타이슨이 하긴 했다. 휴식에 대한 블로그에서 갑자기 권투가 왠말이냐만. 휴식에 대한 완벽주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오늘 우연히 본 짤인데 글의 제목은 '휴일을 완벽하게 보내는 법'이었다. 여기에 공감한다면 당신은 아마 직장인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허허. 다들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많은 계획을 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있다보면 '이번 주말에는 꼭 보고싶던 전시를 보러 가야지'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보러 꼭 가야지' '이제 봄이니까 봄 옷 쇼핑하러 가야지' 등등 다양한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이를 100%로 실행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왜 비는 항상 주말에만 오는지. 미세먼지는 왜 주말에만 심해지는지. 정말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다보면 주말을 위해 짠 계획을 모두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일요일 저녁이 다가오면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도 한다. 그리고 침대에서 인스타라도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도 잘만 놀러 다닌다. 괜히 방구석에 박혀있는 내 삶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꼭 다시 나가기를 다짐하며 월요일을 맞이한다.

 

   매번 저러지는 않겠지만 다들 저런 경험은 있을 것이다. 주중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결과. 막상 주말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일 말이다. 그리고 자괴감을 느끼고. 휴식에 의한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피로만 더 쌓여있는 경우도 있다. 기념일에 이별하는 커플이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완벽함'에 대한 기대감, 강박감 때문이다.

 

 

  대 SNS시대에서 타인의 일상을 공유받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리고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처럼 타인의 일상은 항상 완벽하고 이쁘게 포장되어 있다. 일상의 강박이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생이라는 것은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쁜 사진이 나오는 카페를 가고 전시회를 가더라도 그 사진만이 이쁘게 나올 뿐, 그 과정과 모든 순간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휴식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퇴사 전의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책도 좀 읽고, 운동도 하고, 못 본 영화도 몰아서 볼 것이다. 그리고 침대에서 나오지를 못하게 된다. 남들은 다 퇴사하고 못해 본 일들을 그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하지? 라는 의문을 가진 채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참으로 쉴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게 나일 수도 있고, 여러분일 수도 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이런 생각에 한 몫하게 만든다. 퇴사 관한 이야기를 해본 사람이면 한 번쯤 들어본 질문이 있다.

 

"그래서 퇴사하고 뭐하게?"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퇴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의 일상이 너무 힘들어 퇴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런 질문은 무언가 대답을 지어내게 만든다.

 

'그냥 여행을 떠나보려고'

'해보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려고'

등등

 

그리고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럴싸한 계획을 세워야 되나?'

'그런 계획 없이 휴식하는건 이상한 건가?'

 

안타깝지만 나도 저랬었고 많은 주위 사람들이 퇴사를 하며 겪었던 이야기이다. 그리고 계획에 대한 강박을 가지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휴식이 또 다른 퀘스트로 변하는 순간이다. 퀘스트의 조건은 간단하다.

 

 

무언가를 해라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은 스스로가 만든 것일 수도 있고, 타인에게 주입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두가지의 공통점은 결국 타인의 시선을 결국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자. 타인과의 관계, 일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휴식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휴식 조차도 그 커다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멈춰진 경제활동 때문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 타인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소시오패스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혼자 있는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된다고 본다. 휴식의 시간은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나를 대신했던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최소한의 타이틀만 붙어있는 시간이다. 이제 어느 회사의 오대리도 아니고, 어느 프로덕션의 오피디도 아니다. 그냥 엄마 아들, 아니면 누군가의 애인, 아니면 백수라는 타이틀만이 붙어있는 시간이다. 이런 타이틀의 자유로움을 내면으로 느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진짜 휴식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다른 사람의 타임라인에 슉하고 지나가는 1초의 가치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