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에 대한 허가는 누구에게 있을까

휴식의 허가_내 휴식은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HHHHHYUN 2020. 3. 5. 17:20

   전에 말했듯이 제대로 쉬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제대로 쉬지 못한채 한두달이 흐르고 있다. 스스로도 조금 바보같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생각보다 인간이란 게을러서 무작정 쉬라고 하면 쉬지 못하는 동물이 되어 버렸다. 인간의 본성은 그렇지 않겠으나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자란 우리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간을 정해두고 한달살기를 하든가 단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쉬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침대, 그리고 거실 TV 앞이다. 의외로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도 잘 안하게 된다. 전에는 주말에 게임만으로도 5~6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롤 3판 이상 하는 것도 쉬이 지루해져서 안하게 된다. 그러면 어떤 자극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보통은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아무것도 안하면서 인터넷만 뒤적뒤적거리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참 백수의 삶에 걸맞지 않은가. 제대로 백수 생활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런 생활이 한달 넘게 지속이 되자 슬슬 무기력함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일어나도 심심하고 누워있어도 심심하고. 드라마나 게임도 질리고. 여행을 가자니 코로나가 걸리고. 총체적 난국이 이런 말일까. 그래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 싶어서 노트북이랑 책 한권을 챙기고 동네 카페로 나가본다.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고 인터넷 쇼핑도 조금 하고 블로그에 글도 계속 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휴식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휴식하는 것이 즐거워진다.

 

   휴식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보상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서 게으름 피우고 놀아도 괜찮아. 라고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다. 하지만 무언가 하지 않은 연속적인 휴식의 상태에서는 휴식의 가치가 저절로 떨어지게 된다. 몸을 쓰든, 뇌를 쓰든, 에너지를 어느 방향으로 소진한 다음에 이를 다시 채우는 과정이 휴식인데 에너지를 쓰질 않으니 채울 에너지 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꼭 노동을 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쓰고보니 참 당연한 소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읽으면서도 뭔 당연한 소리를 하는 거지 이 사람은. 내가 썼지만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휴식의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기로 하였다.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를 만드는 것. 그리고 오늘 잠들어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 2달정도 강제로 백수 기간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몸을 움직일 이유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자격증 공부, 토익 공부. 꼭 목표가 있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전부터 따고 싶었던 자격증이다. 공부도 휴식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토익 공부 역시, 쉬는 기간에 급하지 않게 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휴식의 가치를 스스로 알 수 있겠지.